미국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이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퍼진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학자들은 백신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핵심 돌연변이에 효과가 있음을 입증한 결과라고 평가하면서도 다른 돌연변이들에 대한 추가 연구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는 지난 8일(현지 시각) 자신들이 개발한 코로나 백신이 영국과 남아공에 퍼진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의 핵심 돌연변이에 효과가 있음을 실험으로 입증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아직 다른 과학자들의 심사는 받지 않았고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에 발표됐다.
◇백신 접종자의 항체가 변이 바이러스 무력화
지난달 영국에서 처음 발견된 B117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나라 등 전 세계 45국에 퍼져 이전과 다른 새로운 대유행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영국 공중보건국은 지난 8일 B117 변이 바이러스가 이전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30~50% 높다고 밝혔다.
화이자 연구진은 B117에서 일어난 핵심 돌연변이에 자사의 코로나 백신이 효과가 있는지 실험했다. 미국 텍사스 의대 연구진은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 20명에서 면역단백질인 항체를 추출했다. 이 항체를 B117 변이 바이러스에서 가장 핵심적인 N501Y 변이체에 투여하자 인체 세포에 감염되지 못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백신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인체가 약하게 경험해 그에 대항하는 항체를 생산하도록 유도하는 원리이다. 항체는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결합해 인체 세포로의 감염을 막는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텍의 백신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들게 하는 유전물질인 mRNA를 지방입자로 감싼 형태이다.
화이자는 이날 “이번 결과는 영국과 남아공에서 발생한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핵심 돌연변이인 N501Y가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백신이 유도한 면역반응을 이기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존 브룩스 박사는 이날 뉴욕타임스에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첫 걸음”이라며 “앞으로 나올 추가 연구 결과도 이번 발견과 같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변이 바이러스의 모든 돌연변이에 시험 필요”
B117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중 17개가 전과 달라졌다. 8개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의 구성 성분이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변이가 바로 N501Y이다. 미국 프레드 허치슨 암연구소의 제시 블룸 박사는 이 변이가 코로나 바이러스와 숙주 세포 ACE2 수용체와의 결합력을 더 높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영국 B117 변이 바이러스와 남아공에서 발견된 B1351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 모두 이 돌연변이를 갖고 있다.
영국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원의 스티븐 에반스 교수는 이날 가디언지 인터뷰에서 “좋은 결과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백신이 코로나에 대해 확실한 예방 효과를 갖고 있다고 확신을 주지는 못한다”며 “수주 안에 실제 사람들에서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학자들은 변이 바이러스는 N501Y 외에 여러 가지 돌연변이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돌연변이들이 서로 결합해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의 결합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B117의 모든 돌연변이를 한 번에 실험해야 백신의 효과를 확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백신 개발사들은 최악의 경우라도 바이러스의 돌연변이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의 코로나 백신은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인공 합성해 지방입자에 싸서 인체에 주입하는 형태다. 바이러스에 치명적인 변이가 발생하면 바로 백신에 쓰는 유전자를 바꿔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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